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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스트로메리아  |  갤러리 아쉬서래  |  개인전
alstroemeria | gallery ahsh | private Exhibition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s, acrylic on linen, 155.7 x 111 cm ,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a, acrylic on linen, 130.3 x 97 cm ,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j, acrylic on linen, 156 x 126 cm ,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u, acrylic on linen, 156 x 126 cm ,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g, acrylic on linen, 40.9 x 31.8 cm , 2015

장선아 - jang sun a | alstroemeria n, acrylic on linen, 90 x 65 cm , 2015

알스트로메리아

핀다로스 마을, 검은산에 핀 알스트로메리아

 이 세상 어느 언저리에 사람의 입으로만 전해지는 마을 하나가 있었다.

마을 입구에는 대시인 핀다로스의 시가 오래된 돌기둥에 이렇게 적혀있다.

 

'오 나의 영혼이여, 불멸의 삶을 열망하지 말고 가능의 영역을 남김없이 써버릴 지어다.' (핀다로스의 아폴론 축제경기 축가3)

하지만, 무성한 풀숲에 싸인 돌기둥의 시는 마을주민을 비롯하여 지나는 행상들과 심지어 전설을 쫓아 떠도는 모험가들 조차 알아 차릴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썩어가는 고목과 같았다. 정말 의아한 사실은 모든 시작의 상징인 입구의 돌기둥이 잡풀에 둘려 있어도 아무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곳에는 여느 마을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검고 높은 산줄기에서 내려오는 물이 청정한 호수를 끼고 있고, 그 속에는 온갖 물고기가 넘쳐났으며, 맑은 물로 풍족한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이 더 없는 풍요속에 마을의 갖난아이부터 가장 나이가 많은 촌장과 학식이 높은 선생, 모든 떠돌이에게 수없이 이야기를 주워들은 말 많은 정치가까지 누구도 마을을 나가보지도 나가려하지도 않았다. 몇몇 객들로부터 마을 앞의 저 돌기둥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나서지 않는 자들에게서 처음부터 입구도 출구도 그리고 글귀 또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잊혀진 핀다로스의 시를 찾아온 음유시인이 있었다.

그는 넝쿨에 싸여 있던 돌기둥을 밖으로 들어내고 글귀들을 다시 찾아냈다.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시를 찾은 음유시인은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핀다로스의 시를 노래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그 노래가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안정된 만족과 영원할것 같은 풍요 앞에 모든질문들은 가려져 있었다. 오랫동안 마음 깊이 드리워진 수풀은 시의 노래로도 걷어낼 수 없었다.

단 한 명, 마을 뒤 검은 산을 언제나처럼 바라보며 한숨짓던 목동은 시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검은산 아래 너른 동산의 무성한 초록빛 풀들이 양들을 배불리 먹이기에 그는 계절을 따라 옮겨 다닐 필요가 없었다. 그날도 스스로 방관의 목동이란 별명으로 자신을 위로하였다.

음유시인은 처음으로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목동에게 다가가 검은산 너머에도 좋은 풀들이 자라고 있는지 물었다. 목동은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검은산 너머... 검은산 너머... 이 말만 마음속으로 되풀이할 뿐이었다.

음유시인은 검은산 가장 높은 꼭대기에서 닿을듯한 별빛을 받으며 노래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그곳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목동은 별빛이 없어도 배부른 마을과 주인이 없어도 살이 오를 양들을 뒤로 한 채, 한참을 검은산 봉우리를 응시하였다.

그날밤, 목동은 흔들리는 촛불이 담긴 등을 들고 음유시인과 함께 검은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한겨울 가파른 언덕은 목동이 경험하지 못한 험난한 길이었다. 얼마를 걸어올라가도 검은산 봉우리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 목동과 음유시인은 쉬지않고 오르고 올랐다.

마침내 흔들리던 촟불이 이슬에 젖어들 때쯤, 아침의 해가 그들이 있는 깊은 산 속까지 비추었다. 그곳에는 반짝이는 바위들과 울긋불긋한 흙이 겹겹이 쌓여, 시간을 머금고 있는 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목동과 음유시인은 검은산의 어둡지 않은 속살을 보며, 다시금 정상을 향해 나아갔다.또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은 마침내 검은산 꼭대기에 도착하였다.

정상의 풍경 속에서 목동이 살고 자랐던 마을은 찾기 힘들 정도로 작은 곳이었다. 대단한 풍요로움은 검은산 정상에서 그저 하나의 점이었다  목동은 음유시인에게 이제 이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지를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또다른 검은 산이 있겠지..." 그리곤 달빛보다 밝게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핀다로스의 시를 노래했다

그때, 목동은 그의 발밑에 핀 이름 모를 꽃 하나를 한겨울 속 알스트로메리아라 불렀다.

(* 위 이야기는 작가가 작업 중 상상했던 것을 이야기로 재구성하여 각색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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