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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a   n   g     S   u   n    A

​비치는 하루
m a i n
l i s t
2017. 11. 18
비에도 지지 않고
내용 있는 인간이 되고자 아감벤의 '내용 없는 인간'부터 줄줄.. 어려워도 슬퍼도 나는 책을 읽어나갔다.
묵혀온 작업 생각을 글로 적을때 단어 하나도 허투로 쓰고 싶지 않은 간절함과 여전히 고민의 깊이가 부족해 답답한 마음이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멍하니, 다시, 잊고, 줄 그으며, 떠올리고, 적으며 읽고.
저명하신 분들의 각자 논리에 눈이 뱅뱅돌다 '흙의 시간'의 '후지이 가즈미치'의 글에 '미야자와 겐지'이야기가 날 멈추게 했다. 그의 마음과 생각을 더 알고싶어 찾아보니 삶의 마지막 순간에 지은 시가 그림책으로 나와 있었다. 
 제목도 애정하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처럼 마음에 콕 박혔다.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겐지
(1896-1933)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눈에도
여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욕심은 없이
결코 화내지 않으며 늘 조용히 웃고
하루에 현미 네 홉과 된장과 채소를 조금 먹고
모든 일에 자기 잇속을 따지지 않고
잘 보고 듣고 알고 그래서 잊지 않고
들판 소나무 숲 그늘 아래 초가집에 살고
동쪽에 아픈 아이 있으면 가서 돌보아 주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 있으면 가서 볏단 지어 날라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 말하고
북쪽에 싸움이나 소송이 있으면 별거 아니니까 그만두라 말하고
가뭄 들면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이면 허둥대며 걷고
모두에게 멍청이라고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미움도 받지 않는 
그러한 사람이 나는 되고 싶다 ​ 
2017. 11. 17
낭만의 아침

     난로를 켜야하는 계절이 왔다. 

추위에 일어나기 정말 싫지만 서늘함을 이겨내고 이불을 걷어내면 작은 난로로 부터 전해지는 온기로 낭만의 아침을 만날 수 있다.

작은 스텐드를 켜고 따뜻하고 붉은 빛 곁에서 아이스라떼와 초콜릿을 준비해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이렇게 요가 매트 위에서 운동은 안하고 엎드려 글을 끄적이게 되는 감성의 시간이 만들어진다. 

오늘의 음악은

 Bruno Major - A Song for Every Moon

 영혼 가득하다.

발이 시려워 온기를 찾게 되고,  

몸이 울면 시원함을 찾게 된다. 

마음과 몸 둘다 무언가 사라진 후에 생각나고 사라진 후에 찾게 되는 것 일까? 

 

개와 파리

개,파리와 작업실에서 동거를 하게 되었다. 

4살이 막 된 시바견은 난로가 엄마보다 좋아 배를 가까이 대고 떠나질 않는데 큰 통나무 하나가 널부러진 모양새라 지나갈때마다 밟을까 조심스럽다. 

파리는 며칠전 창문 틈 사이로 들어왔다. 크기도 그렇고 잡기가 그래서 같이 살고 있는데 정말 더럽고 귀찮아 애매한 상황이다.

오전 9-10시 정도 부터 활동하는 아침잠이 많은 통통하고 가냘픈 생명은 문을 열어 나갈 기회를 주어도 길을 찾지 못한다.

벌은 과감히 리듬을 타며 들어와 꼼꼼히 살펴보고 다시 창문으로 나가던데... 벌은 벌이요 파리는 파리도다.

통나무강아지는 작년 까지만 해도 벌레가 들어오면 잡아 먹으려고 엄청 날뛰어 노력이 가상해 사료도 많이 주고 잘해줬더니 이젠 살만찌고 눈알만 돌리곤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음. 뭔가 동거인, 아니 동거 개파리가 내맘 같지 않다.

ps. 시바견 이름은 '토르', 참고로 아가씨.

파리 이름은 없다. 이름까지 붙여서 정줄필요 있나.  

m a i n
l i s t
2017. 10. 28
무엇이든 생명이 있어 시작과 끝이 있기 마련이지만 머뭇거리다 첫 걸음에서 멈추었던 시간이 있다.  
그때 조금더 용기를 내어볼껄, 그때 조금더 이야기를 들어줄껄, 그때 조금더 이해해줄껄, 그때 조금더 솔직할껄, 그때 조금더 성숙했더라면, 그때 자존심은 생각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때'
후회로 덮힌 과거의 기억은 곧 다시 과거가 될 지금의 마음을 아련하게 만들기 마련이다. 무방비 상태로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의 감정들.
'아련하다' '슬프다' '아쉽다' '그립다'
란 단어와 어울리는 마음은 행복보다 아픔 언저리에 모여 있기에 
어떤 '벌' 이라 한다면
바로 '그때' 눈 앞에 보이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죄' 
나의 방어를 위해 더욱이 간절하길 거부했던 마음과 선택에 따른 '대가'
그로인해 받게된 지금의 '벌' 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2017. 10. 26
나는 어디쯤
약간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풀고자 '오늘 저녁은 과식이다!'라는 과감한 주제를 만들어 보았다.
행동력 있는 움직임으로 편의점에서 '이츠키에비텐'우동을 사와 몇일전 어머니가 주신 부산오뎅4(꼬치크기)개, 베트남 고추2개를 넣어 맛과 영양, 심미를 살린뒤 팔팔 끓여 '심야식당2'를 보면서 먹었다. 테이블 아래엔 시바견 한마리가 혹시 떡이라도 떨어질까 눈치를 보다 지쳐 바닥에 붙어버렸다.
문득, 일본문화가 양적으로 나의 일상을 위로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정서가 한쪽으로 치우친건 아닌지.. 대한의 딸로써 곰곰히 생각하다 하이네켄 반병을 마셔버렸다. 
                 한국 - 오뎅4개 (실은 이것도 일본태생) 
                 일본 - 강아지 (꽉채운 3년, 해로는4년)
우동   
        영화 (108분) 
베트남 - 고추 2개    
        네덜란드 - 맥주 200ml    
몸속에 섞여 버렸으니
이제 나는 몽골어디쯤 있는건 아닐까?
별이 쏟아지는 초원에 누워 잠이 들려 하고 있는건 아닐까? 
2017. 10. 20
추 모
이상하게도 새벽 4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 날 이었다.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던 어느날 아침
4830일, 15년을 몇달 못채운 시간동안
나만 따라다니던, 나만 바라보던, 나 밖에 모르던 생명이 죽었다.
먼 허공으로 뛰어들어...
피 한방울 흘리지 않은채 고요히 누워있었다.
작은 생명에 내 할 수 있는한 책임과 사랑으로 다하려 했지만 그 끝에 난 그러지 못한 것이다.​
이름을 불렀을때 온 몸이 바스러진 고통 속에서도 꼬리를 아주 살짝 움직여 신사답게 인사를 해주었고
미안해. 사랑해. 괜찮아. 그랬구나...  
파르르 떨리며 울먹이는 소리에도  의젓이 온 힘을 다해 작고 큰 숨으로 마지막 온기를 전해주었다. 
날 떠났다.
모든 것엔 이유가 있고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할 수 없는 일만 남았을때
꽃 한송이를 가슴에 안겨주는 것과
촉감을, 냄새를, 체온을, 사랑스러운 눈빛을, 간절한 눈빛을,  
내 살과 내 망막에 붙어버린 감정을 억지로 떼어버려야 하는 아픔을 견디는 것만 남아버린 것이다.
2017. 10. 19
어떤 진리
하루키는 말했다.
삶이란 팔과 다리 둘중 하난 잘래내야 하는거라고.
후안은 말했다.
부정이 뒤섞여버린 감정으로 계속 세월을 먹는다면
멀미가 날거라고.
 그리고 너는 그 사실을 모를거라고.
붉은 강과 강둑 초록 강 사이에서...
2017. 10. 17
선택
 
다시 그림을 그리기로 선택했을때,
라스코 동굴벽화로 부터 이어져온 예술시간 속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람속 깃털 같은 기분.
하지만, 숨은 영원하지 않으니 알 수 없는 길을 가보는건 어떻겠냐고
흐름속에 빠져 사라질지라도
​무엇이 되지 않아도 상관 없으니
한계를 인정치 말고 가능성을 꿈꾸워 보는 것만으로 가치있지 않겠냐고
그러니, 붓을 다시 잡아 보는게 어떻겠냐고
두려워 말고, 조금만 인내하면 되니, 오랜시간이 걸리더라도, 텅빈 캔버스만 바라보게 되더라도
단 하나의 그림만 남더라도. 그곳에 너만의 미, 정수가 담길 수 있다면
조금만 참아보자고.
2017. 10. 16
​중 2
여수로 전학 가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하필 남녀공학이여서 남학생들에게 잘 보이려 말을 조용히 한다는 오해를 받고야 말았다.
오해가 풀리기 까지 혼자만의 시간이 계속 되었고,
담담했다.
피할곳 없는, 아이들이 가득한 방. 혼자 밥을 먹는 아이.
그래서 마른 피부같던 운동장 모래 부스러기를 관찰 할 수 있었던,
장애를 갖고 있는 친구를 바라볼 수 있었던 시간.
 소리내지 않는다해서 슬픔을 느끼지 않는건 아니였다.
한 남자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졌을때
마음이 따뜻해졌으니,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았지만.
아이들이 맞춘 문제를 나는 틀렸고 칠판 앞에 나가 모두의 시선속에 망신을 받은 후 부터 나를 좋아한다던 아이는 버스에서도, 학교에서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까. 
몇번이고 바라보았던 사람이 나의 작은 실수에 큰 실망을 하고 떠날 것 같다는 기분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원치 않지만 박혀버린 감정의 기억. 
 작은 경험이 많은 시간을 덮어버릴때. 
​마지막
스스로 죽는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하지만,
​그의 마음은 산산히 부서져 용기란 조각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렸음을.
온몸을 던진 마지막 절규였음을.
진화의 이유
이른 아침, 건조한 기분을 웃게 만든건 귀여운 '균류' 덕분이였다.
살아 있는 것은 대부분 처한 환경속에 고군분투 하며 진화한다.
 고추가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캡사이신을 만들어 낸것처럼.
 그런데 최근 캡사이신이 균류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짜자고 곰팡이가 스스로 매운맛을 만들어 낸 걸까?
2017. 10. 15
​볼 수 있을까
친구가 우연히 나의 동생을 만나게 되어 안부를 물었다고 한다. 
"누나는 잘있니?"
동생이 담담히 말했다.
 "누나는 안드로메다로 보내야해요."
 
구름이 잔뜩낀 밤 하늘에 폰을 높게 들어 스카이가이드로 별을 보았다.
정면 내 머리위로 신비로운 자주빛 타원형 행성이 은은히 비치고 있었다.
안드로메다 은하.
 
희귀병을 앓거나 돈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냉동인간이 되는것을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해동법이 아직 개발되진 않았지만 미래엔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각자의 이유를 간직한채,
​지금의 숨을 맡겨버렸다.
신비로운 안드로메다 은하에 가 볼 수 있다면 나도 냉동인간을 선택하게 될까?
단 하루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차갑게 잠이들어 곱절의 세기를 기다릴 수 있을까?
그것이 나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을까?
2017. 10. 02
​세포의 기억
일 년 하고 한 달, 매달 이일 십이일 이십이일에 페인팅 & 드로잉을 연재하다 
9월22일에 마지막 그림을 올리고
쉬고 싶은 마음에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으려 했지만 
 내 손이, 세포가 뇌와 심장은 그러고 싶지 않았나 보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가 된 거 같아 
눈을 뜨자마자 진한 아이스 라테를 만들고 책상에 앉아 방금의 기억을 그리고 달의 일기에 업로드하였다.
 
달력이 오늘은 10월 2일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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