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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춰진 하루
m a i n
l i s t
2017. 11. 12
 
​그동안 꿈을 꾸지 않은건 아니지만 한달 넘게 한 글자도 남기지 못한 이유는 작업일정이 빠듯해 잠들기 바빠 꿈을 꾸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고, 이야기가 있더래도 기승전결 없는 그러니까, 꼭 접미사나 접두사가 빠져버린 내용을 이끌어 나가기에 나의 어휘 실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해 망설임의 하루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지를 갖고 기억에 남은 몇몇 밤의 시간을 적어내려가자면.
10월 27일
작은 전시를 보러 갔는데 (꿈에서 조차 프로) 여자분이 다정히 물으셨다. '어디서 오셨어요?' '출판단지에서 왔어요.' (꿈에서 조차 정확. 행여나 기억이 사라져도 집엔 찾아갈 수 있을것이다.)
작업을 물어보곤, 가방안에서 반투명 보라색 봉투를 주었다. 
그 안엔 내가 실제로 친애하는 디자이너의 작품이 가득했다.
11월 4일
가물가물 하고 버라이어티한 기억의 덩어리 뒤로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모양의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가고 있었다.
어떤 두 사람이 양복을 입고 뛰어내려오고 있었는데 쌓인 눈이 정말 폭신 폭신 하다고 느끼느라 그들을 무섭다고 생각하진 않은거 같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스키실력이 그리 수준높진 않아 아래로 푹푹 꺼져 하얀 눈 아래 파인 곳에 검은 흙들이 보였는데, 잠시 멍하니 멈추어 파인곳을 오랫동안 아주 자세히 바라보았다.
정말 자세히 바라보았는지 지금도 쌓인 눈송이 들과 흙결의 모양이 선명하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가족이 내 작품보고 감명 받았다며 스카프를 선물해주었는데.. 이건 뭐, 나의 밤은 현실적인 것도 아닌, 바램을 투영했다기엔 민망한, 이러지도 저러지도 않다 산으로 가버렸다.  
 
11월6일
눈이 회색이였다
 11월 9일
이날의 밤은 정말 특별했는데 처음 보는 밤 하늘을 꿈에서 보았기 때문에다. 
보지 못한세상을 볼 수 있는 밤.
그리고 글로 표현하기 힘들어 하는 나.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며 돌기를 반복했고 영롱하고 눈부신 달이 떠올랐는데, 그 순간에 어머니가가 나를 곁에서 안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에서 바라보시고...
11월 11일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오늘 밤은 정말 대단했어. 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작업실을 구하곤 발리(지금은 떠난..)를 안고 있었는데 강아지의 피부가 좋질 않았다. 실제로도 나이가 들면서 지방종 같은게 생기긴 했었는데 비슷한 자리에 붉은 지방종들이 올라와 있어 걱정하며 병원에 갔다. 간호사들이 웃고 떠드느라 제대로 진료를 해주지 않아 답답해 하며 느리게 느리게 내가 주사를 맞았다. 왜? 발리 때문에 병원을 갔는데..
바로 모임에 초대를 받게 되어 건물 복도를 지나고 있었는데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 있었고 백인들은 얼굴에 구멍이 나서 흐르는 전염병에 걸리게 된 모습을 보게 되었다. 구멍을 막으면 구멍이 생기고 구멍이 흘러 내리면 다시 그자리에 구멍이 생기는 병이였다. 
지나가는 스페니쉬를 사용하는 여인이 자기를 따라오라고해 그녀의 집에 가게 되었는데 고풍스럽게 장식된 아름다운 두꺼운 문 두개를 거쳐 집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때 왜 백인들만 병에 걸렸는지, 우린 괜찮은건지 물었다. 
그녀는 미소지으며 백인만 걸리는 병이라고 말했다. 
뭔가.. 이건 역 인종차별같은 순간이였다.
집안에 그녀의 부모님과 부모님의 딸들인지 그녀의 딸들인지 모를 딸들이 모여 있었는데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여기선 병에 걸리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가구와, 소품들도 특별했는데 내 시선을 끄는건 그네였다. 
의자가 ​접시 모양이었던 그네.